사막 프로젝트

아무 것도 보지 못했다

우리는 결코 세계를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한다.
사진은 그 불가능성을 기록한 결과다.

2008년 7월
몽골 고비사막

아무 것도 보지 못했다
아무 것도 보지 못했다는 우리의 인식 작용인 패러다임을 제외한 상태로 사물을 보면 어떻게 보일까 하는 것을 실험해 본 결과물이다.
 
우리가 본다는 것은 눈도 아니고 마음도 아니며 지금까지 축적된 경험과 외부 세계의 지식을 통해 사물을 인식한다. 이러한 축적된 경험과 외부 세계의 지식을 제외한 채 세계를 보면 어떤 식으로 보이게 될까 하는 것이 나의 주제였다.
 
그런데 이 시도는 처절하게 깨졌다. 우리는 패러다임을 버리고 사물을 인식할 수도 없거니와 패러다임을 버릴 수도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생각하는 도구가 이미 언어이고 이 언어로 생각을 한다는 것은 이미 세계가 규정한 형식과 내용을 가지고 사물과 만나게 되기 때문이다.
 
내가 이 전시의 제목을 ‘아무 것도 보지 못했다’라고 한 것이 바로 이 지점이다.
이전의 지식과 경험 없이 사물을 본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고 더불어 지금까지 내가 사물을 본다는 것은 외부 세계의 지식과 경험의 축적으로 보는 것이니 진정한 나 자신이 세계와 조우 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 나 사진은 세계와 조우가 불가능 하다는 뜻이다.
나는 프로그래밍 된 채로만 세계와 만난다는 뜻이기도 하다.
 
프로그래밍 되기 전의 나는 아무 것도 볼 수가 없고 아무 것도 아닌 것이라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