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LLERY051

여행자의 기억법

2025년 10월 3일(금)10월 30일 (목)


전시 서문
송영희의 기억은 재현이 아니다.
그것은 남겨진 감각의 잔향이며, 지나간 시간의 체온 같은 것이다.
분명히 있었으나 붙잡히지 않고, 말해지지 않았으나 가만히 남아 있는 것.
이 사진들은 어떤 분명한 이야기를 말하려 하지 않는다.
대신 흘러가는 창밖, 수북이 겹쳐지는 구름, 이름 모를 벤치의 기울어진 자세,
흔들리는 사람들, 비워진 거리들, 오래된 건물의 폐허 같은 숨결들이
조용히 스며 있다.
이것은 세계의 재현이 아니라,
세계가 스스로를 드러내는 방식이다.
누구나 알고 있었으나 아무도 멈추어 보지 않았던 것들, 바로 그 세계.
카메라는 그것을 새삼스럽게 본다.
본다는 것은 어쩌면 익숙함을 낯설게 하는 일이다.
우리가 무심히 스쳐온 장면들이 다시 살아나
그 침묵 속에서 말을 건넨다.
기억은 선형적이지 않다.
그것은 과거에도, 현재에도 머무르지 않고
시간의 위계를 흔든다.
이 사진들에서 시간은 엉키고, 감정은 비워지며, 공간은 겹친다.
마치 낡은 필름처럼, 인화된 그 순간만이 아니라
사라진 그 순간들까지 함께 드러난다.
작가 송영희는 묻는다.
우리는 무엇을 기억하며, 왜 그것을 기억하는가.
그리고 그 기억은 지금, 어디에 남아 있는가.
기억이란 지나간 것을 붙드는 것이 아니라,
지나간 것이 지금으로 스며들게 하는 방식이다.
송영희는 그 스며듦의 방법을 알고 있다.
그러하여 이 작업은 여행이 아니라,
존재 그 자체의 작고 고요한 증언이 된다.
사진가 김홍희

작가 노트
시간이 소리 없이 흐르고,
한적한 골목의 눈길이 머문 곳에
일시정지 버튼을 누른 채로
기억을 두고 온다.
기억조차 자유를 꿈꾸는 여행자다.